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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을 찾아서…전통문화 탐방 그리고 가을
등록날짜 [ 2015년11월12일 10시35분 ]


완연해진 가을날씨. 체감날씨는 곧 한파가 들이닥칠 거 같이 쌀쌀해졌다. 한국관광공는 ‘전통문화탐방 – 장인을 찾아서’란 여행 테마로 무형문화재 장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가벼운 가을 여행지로서 안성맞춤인 서울 남산 구간의 여행 코스를 추천했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가업이란 무엇이고 장인이란 어떤 사람일까? 그들의 뼛속 깊이 스민 시간은 또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까?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 23호 궁장 권무석 선생은 12대째 각궁을 만든다. 아들 오정 씨까지 치면 13대째다. “우리 집안의 대가 끊겼다”

1978년 추석을 맞아 고향에 왔을 때, 이제는 고인이 된 형 영호 씨의 독백 같은 말을 들었다. 두 조카가 교사의 길로 들어서며 활 만들기를 포기하자, 가업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당시 권무석 궁장은 우체국 공무원으로 일하다 버스를 운전하고 있었다. 6남매의 막내로 어릴 때부터 활을 일상처럼 접했다. 대나무를 불에 쬐어 반달구비대소를 만들 때면 뒷산에서 노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한눈을 팔면 형님이 대나무로 등줄기를 후려쳤다.

▲활 시위를 점검하고 있는 권무석 장인<<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16세 때 가출한 뒤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다. 활 만드는 일은 형님의 업이지, 자신이 이을 거라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런데 ‘가업이 끊겼다’는 형님의 말은 서울에 와서도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한참 고민한 끝에 가업을 잇기로 결정했다. 누님과 가족 모두 반대했다. 활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기 벅찬 시기인데다, 그의 나이 37세였다. 권무석 궁장은 현재 서울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에서 작업한다. 교육전시장은 서울무형문화재 장인들이 작업하며 일반 시민에게 전통문화를 가르치는 공간이다. 제작 과정을 시연하고 작품도 전시한다.

그가 교육전시장에서 각궁을 만든다. 과거 우리나라에 있던 10여 가지 활 가운데 지금껏 전해오는 활이다. 작지만 단단하고 아름다우며 탄력이 좋아 어느 활보다 화살이 멀리 날아간다. 영화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이 “각궁과 애깃살을 보여줄 수 있어 감개무량하다”고 했을 만큼 우리 활의 우수성이 잘 드러난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만만하지 않다. 활의 중심이 되는 대나무로 반달구비대소를 만들고, 뽕나무로 양쪽 골격이 되는 고자목을 만든다. 둘을 연결해 연소를 만들고, 활체에 부레풀을 칠한 뒤 물소 뿔과 소의 힘줄을 붙인다. 여기에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화피를 붙이고, 마지막으로 둥글게 휜 활을 반대편으로 구부려 시위에 줄을 연결한다. 많게는 1000가지 단계로 나뉜다. 무엇보다 ‘활 만들기는 풀 놀음’이라는 말처럼, 부레풀의 접착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주로 춥고 건조한 겨울에 작업하다 보니 한층 고되다.



▲각궁의 중요한 소재가 되는 물소뿔 달구<<[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권무석 궁장은 단계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고 말한다. 아들 오정 씨가 “그 과정을 반복해서 몸으로 익히다 보면 혼을 담는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조금씩 이해가 간다”고 덧붙인다. 정작 어려운 건 재료 구하기다. 물소 뿔, 소 힘줄, 자작나무 껍질, 부레풀 등 어느 하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없다. 물소는 우리나라에 없고, 구제역 이후에는 그 뿔도 현지에서 가공해야 들여올 수 있다. 자작나무는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서도 보호종이다. 권무석 궁장이 수십 차례 중국에 다녀오고 세관 검역소를 드나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소 힘줄은 등심 부위에 붙었는데, 최근에는 기계식 도축을 하고 육질이 떨어진다며 쉽게 떼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다.

권무석 궁장에게 각궁을 만드는 건 전통 활을 만드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네 활 문화와 그 정신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이다. 그는 전통 활쏘기 기능 보유자 고 장석후 장인에게 전통 사법을 배웠고, 《국궁의 교범》이라는 책을 만들어 경찰대학과 육군사관학교에서 궁도를 가르쳤다. 1994년에는 육군사관학교에서 국궁문화대축제를 기획, 우리나라 활 문화를 집대성했다.

권무석 궁장은 요즘도 아들 오정 씨와 남산 중턱 석호정에서 시위를 당긴다. 석호정은 오래된 활터이자, 우리나라 양궁의 출발지다. 종로구 사직동의 황학정이 문무백관의 활터였다면, 석호정은 민간인이 활쏘기를 즐겼다. 현재는 새 단장을 준비 중이다. 공간을 정비해 올겨울 새로 문을 열 계획이다. 시민 누구나 활쏘기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익힐 수 있다.


▲공연예술박물관 공연주제전시실의 연극의 방<<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국립극장은 석호정 앞편에 위치한다. 우리나라 공연 역사의 현장이다. 건축가 이희태가 경복궁 경회루를 모티프로 지었다. 해오름극장, 달오름극장, 별오름극장 등이 자리한다. 그중 별오름극장에는 지난 2009년 공연예술박물관이 개관했다. 195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는 공연 예술의 자취를 전시한다.

1층은 기획 전시실과 공연 예술 자료실이고, 2층은 상설 전시실이다. 상설 전시실은 다시 공연 예술사 전시실과 공연 주제 전시실로 나뉜다. 공연 예술사 전시실에서는 사진과 영상, 소품 등을 빌려 우리나라 공연사를 들여다본다. 국립극단의 2005년 작 〈물보라〉 공연 장면을 재현했는데, 배우들의 옷을 종이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공연 주제 전시실은 예술인의 방, 무대의상, 무대 디자인 등이 무대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다.

▲가을빛이 더하는 서울 한양도성길 남산(목멱산) 구간<<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공연예술박물관을 돌아본 뒤 서울한양도성 남산(목멱산) 구간의 일부를 걸어도 좋다. 공연예술박물관이 자리한 국립극장에서 N서울타워를 거쳐 백범광장까지 약 1시간이 걸리는데 남산의 가을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哈爾濱) 의거가 있던 날이다. 백범광장 옆에 안중근의사기념관이 있으니 들러볼 만하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남대문시장에는 만두, 찐빵, 호떡 등 가벼운 간식 먹을거리도 많다 이제는 남대문시장의 대표 먹을거리로 자리매김한 갈치(조림)골목

서울한양도성을 내려와서는 남대문시장과 남산골한옥마을에 가보자. 남대문시장은 언제 가도 활기차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말을 실감한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별미 여행도 빠질 수 없다. 식사를 원할 때는 갈치골목을 추천한다. 원래 일반 식당가였다가 갈치조림이 인기를 끌면서 골목 전체가 갈치조림을 내기 시작했다. 저렴한 보리밥이나 칼국수도 맛있다. 보리밥 집에는 칼국수가, 칼국수 집에는 보리밥이 서비스로 나온다. 가벼운 군것질은 왕만두나 찐빵, 채소호떡 등이 별미다.


▲남산골한옥마을 천우각에서 바라본 N서울타워와 가을 전경<<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남대문시장에서 허기를 면했다면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일정을 마무리한다. 조선 시대 계층별 가옥 구조를 볼 수 있고, 서쪽 계곡의 단풍이 고와 일부러 찾는 이들이 적잖다. 산책 삼아 거닐며 가을날을 만끽할 수 있다. 서울남산국악당의 전통 공연이나 숨은 그림처럼 자리한 스트리트뮤지엄도 각별하다.[사진 및 자료:한국관광공사 제공]


<당일 여행 코스>

힐링 코스 / 서울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혹은 석호정)→공연예술박물관→남산골한옥마을→남대문시장 
역사 체험 코스 / 서울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혹은 석호정)→공연예술박물관→서울한양도성 남산(목멱산) 구간→안중근의사기념관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서울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혹은 석호정)→공연예술박물관→서울한양도성 남산(목멱산) 구간→안중근의사기념관 
둘째 날 / 남산골한옥마을→남대문시장


 
[파발뉴스 양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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