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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일 칼럼] 국정교과서 여·야 葛藤…너는 '불륜' 나는 '로맨스'
등록날짜 [ 2015년10월30일 08시40분 ]



▲박관일 본지 논설위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갈등(葛藤)이란 글자는 말 그대로 칡 갈자(葛)에 등나무 등자(藤)를 쓴다. 보통 칡은 아래의 나무들을 햇빛 부족으로 죽게 하고, 등나무는 자신이 기어 올라간 나무를 목 졸라 죽인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감고 올라가는 것을 보면 칡은 오른쪽으로,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기 때문에 이들이 한 곳에서 만나면 심각하게 서로 싸우게 된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갈등이란 말의 어원이다.

 

이 덩굴줄기를 풀어서 반대로 감아 놓아도 새로 자라나는 덩굴줄기의 끝은 고집스럽게 원래의 제 방향을 찾아간다. 서로 정반대 감기를 하는 칡과 등나무가 만나면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갈등과 대립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렇듯 최근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정치 행보의 갈등구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정치를 떠나 사회곳곳에서 조차도 케케묵은 치킨게임으로 타는 줄도 모르고 싸우는 터라 치킨 타는 역한 냄새로 진동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를 현행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행정예고하고 발표한 바 있다. 그에 따른 취지는 이념 편향성을 불식시키고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을 키울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야당과 좌파진영은 즉각 장외투쟁을 선언했고, 역사교육 획일화를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화와 야권에서 주장하는 역사교육의 다양화 역시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진정한 해법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은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역사적 사실의 오류와 이념적 편향성 논란이 있다며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 개발 등의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교육부에 지시한 바 있다. 그 후 탄생한 작품이 바로 이번에 발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다. 현행 검정 교과서에 역사적 사실에 부분적 오류가 있고, 좌편향 된 역사관도 엿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역사교과서 집필권과 발행권을 정부가 직접 독점할 사안일까? 절로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민주주의 기본원리인 다원성을 손상시켜가며 밀어붙이기식 국정화 추진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텐데도 말이다.

 

야당과 좌파진영은 현행 검정교과서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는 측면도 있어 국정교과서 추진에 더 거센 반대와 저항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결과 정치적 갈등은 심화되고 진영싸움은 더욱 격화되어 국론분열의 갈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또한 야권에서 주장하는 국정교과서 반대 이유 중에 하나인 교과서 다양성의 침해에도 역설적인 모순이 자리하고 있다. 현행 17종의 검정 역사 교과서의 편향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획일화 된 다양성’이 진정한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직 집필도 시작하지 않은 국정교과서의 내용을 두고 일각에서는 유신시대처럼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국사 교과서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야권이 주장하는 내용대로 국정교과서에 그대로 담긴다면, 언론과 시민 단체에서 가만있겠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독자의 생각에 맡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꼭 이를 조롱하고 비웃기라도 하듯 내가 하면 로맨스, 상대방이 하면 불륜이라며 허울 좋은 구호도 나왔다. 한쪽에서는 ‘도덕성의 잣대로, 또 다른 쪽에서는 ’정체성‘의 잣대를 제작하여 자기사람 챙기기에 혈안이다. 여기에는 자질, 능력, 공정, 참신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도덕성의 잣대를 들어다보면, 전 국민 앞에 천명했던 약속을 스스로 무너뜨리며 정치적 쇼맨쉽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가 쇼라면 이 쇼를 바라보는 국민은 삼류 유랑극장의 고객쯤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말이다.

 

국정교과서를 떠나 한국 사회에서의 갈등은 정치판, 노사갈등을 비롯해 지역갈등, 이념갈등, 양극화에서 나타나는 각종 갈등들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고, 이러한 갈등은 회사 내 조직에서는 물론 가까운 가족, 친구, 특히 고부간에서는 늘 갈등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갈등이 언제나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여야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효과적으로 관리만 된다면 다이나믹한 국가발전의 에너지로 사용될 수 있고, 사회가 그 동안 간과해 왔던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 정치와 사회가 불안해져 생산적인 경제활동이 위축되기 쉽다. 즉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정책이 집단행동에 막혀 실패하거나, 강한 이익집단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이 왜곡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 이러한 사회적 갈등이 얼마나 큰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는가에 대해 짚어보자.

 

실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측정한 사회적 갈등지수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갈등지수는 OECD 평균을 상회한 27곳 OECD 회원국 중에서 4번째로 높다고 한다. 그리고 사회갈등지수가 1인당 GDP에도 영향을 주어 사회갈등지수가 10% 하락할 때 1인당 GDP가 7.1% 증가하는 것으로 볼 때 정치적․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부담하고 있는 경제적 비용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갈등은 사전에 관리하고 예방한다면 얼마든지 리스크를 막을 수 있고 오히려 더 건전하고 강건한 발전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가 있다.

 

갈등 관리의 권위자이자 갈등을 자가 조정과 제3자 조정이라는 영역의 창시자인 미국의 다니엘 다나 박사는 “갈등은 먼저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갈등이 생겼을 때는 자가 조정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스스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제3자가 조정을 통해서 해결해줄 것”을 권고했다.

 

이처럼 갈등의 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을 먼저 다스리는 데 있고 남을 공격하기 전에 마음의 문을 여는 데서 시작해야한다. 마음의 문은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라서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아예 열어젖힌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꼭 닫힌 상태로 아무리 노크를 해도 열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문을 스스로가 먼저 열어야만 상대방도 이를 확인하고 안심하고 마음의 문을 열 수가 있기 때문에 마음의 문을 먼저 열 수 있도록 상대방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어 주는 ‘적극적 경청’이야말로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고자하는 동기와 의의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왜 꼭 국정화여야 한다는 것인가. 아직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관 확립과 미래에 대한 국가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냉정하게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하루 빨리 집필 기준에 대한 폭 강화하여 편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의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렇게 집필 의도와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교육부가 감시감독하면 어느 정도 편향성은 시정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OECD 34개 회원국 중 3개국만이 교과서 국정화를 시행하고 있다. 국가의 품위에도 걸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러 부작용이 곳곳에 지뢰밭처럼 늘려있는 국정화는 철회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부득이 국정화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면, 검정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국정교과서를 편찬하는 방법도 있다. 다시 말해 국정 교과서와 검정 교과서를 교육현장에서 경쟁시켜 최종적으로 국민이 선택하는 시장논리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반면에 여야는 현행 검정교과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백지 상태에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정치적 득실관계만 따질게 아니라 객관적인 역사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역사관은 역사인식과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제각기 다를 수 있고 강제에 의한 획일적 유일사관은 있을 수 없다. 다만 성장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일은 객관성과 가치중립성이 담보돼야만 가능하다. 학생 스스로 사유하고 판단해서 얻은 가치를 키워나가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그에 합당한 교재와 교사의 중립적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임을 명심하자.

[파발뉴스 박관일 논설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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