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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종 칼럼] 죽정이로 분류된 ‘좀비기업 퇴출’ 면밀한 검토가 우선돼야
등록날짜 [ 2015년10월30일 08시43분 ]



▲주성종 본지 논설위원  쌀농사를 하다보면 죽정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골라내지 않으면 낮은 등급을 받게 되거나 아예 버려지고 만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또는 경제적 약자인 소외계층을 죽정이로 단정(Stigma)하기 쉽다. 실제로는 죽정이 보다 알곡이 더 많은데도 말이다.

 

살아가는데 있어 어느 집단이건 조직 내에서건 하물며 가족 간에도 허물을 지니고 있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죽정이라 폄하하는 것은 과도한 편견(Bias)이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죽정이 또한 누군가에게는 훌륭한 곡물로 그 쓰임새가 따로 있지 않은가? 진짜 죽정이는 타인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외면하고 골라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세상사를 자신의 가치와 기준에 맞추고 그렇지 못하면 비난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한반도가 휘청거린다.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기업이 증가하고 있고, 이들 부실기업에 대해 한국경제의 활력을 떨어트리고 일자리 창출능력을 저하시키는 주범으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IMF 이후 여러 직장을 전전하다 창업의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는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그것도 모자라 심적으로 크게 부담되는 것은 취업전쟁을 앞둔 딸의 진로나 인생 상담을 하는 일이다. 정부의 다양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청년들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해줄 만한 경제 성장세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는 올해를 ‘경제활성화의 골든타임’으로 설정하고, 정책목표의 최우선 순위에 ‘경제 살리기’를 올렸다. 국회 시정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도 ‘경제’였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더 절망적인 방향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부실기업은 지난 2009년 2698곳에서 지난해 3295곳으로 증가했다.

 

또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매출 5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3년과 지난해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곳은 모두 49개사로 집계됐다.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10%에 달하는 49개사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니 기업들의 순리대로라면 청년들에게 일자리 주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대기업조차 부실기업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경우 더욱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지난해 회계연도 결산 보고서에 의하면 중소기업청의 6개 융자사업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 중 17.4%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부실기업’으로 드러났다. 이자보상배율 1이하 기업의 비율은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평균 10.9%에 달했다.

 

현재 정부가 퇴출 대상으로 일컫는 ‘좀비기업(Zombie Company)’은 최대 800곳 정도다. 앞서 좀비기업은 좀비처럼 자체 능력으론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지만 정부나 은행의 도움으로 근근이 생명을 이어가는 기업을 뜻한다. 공식적인 명칭은 ‘좀비기업’이 아닌 ‘한계기업’이다.

 

이들 기업의 적자규모는 약 7조원수준으로 이들이 금융권에서 빌려 쓴 자금은 무려 52조원에 달해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은행권의 위험대출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느라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이 허술해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좀비기업의 문제는 좀비기업 자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좀비기업이 늘어나면 자본시장의 흐름이 경색되는 원인이 된다. 은행의 자금이나 정부의 지원금이 좀비기업에 계속 투입되다보니 시급하게 돈이 필요한 일반 기업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좀비기업으로 인해 일반기업도 좀비화될 수 있는 악영향이 여기서 생긴다.

 

실제 일본의 장기침체의 근본적인 원인 중에 하나로도 좀비기업을 꼽는다. 당시 일본 정부는 전반적인 기업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무분별하게 좀비기업들에게 금융지원을 해줬다. 그 결과 좀비기업의 부실이 은행의 부실로 이어졌고, 나라 빚으로 쌓이며 장기침체를 경험하게 됐다는 논리다.

 

신용보증기금에서 10년 이상 장기 보증을 받고 있는 기업은 올 8월 말 기준 3741개로, 전체 보증금액만 2조4000억 원에 달한다. 20년 이상 보증을 받고 있는 기업이 600곳, 30년 이상 된 기업도 6곳이나 된다.

 

이들 기업들이 과연 매출이 성장하고, 고용이 증가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면 답은 ‘아니요’라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금융업종을 제외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009곳 중에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은 234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의 직원 수는 지난 2012년 11만2354명에서 올 6월 10만1457명으로 크게 줄은 것으로 집계됐다. 3년 반 사이에 직원 수가 9.7% 일자리 1만897곳이 감소한 셈이다.

 

반면 정상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775개사는 같은 기간 직원 수가 10.8% 늘었다. 일자리가 줄어든 이들 부실기업이 정상기업 수준의 직원 증가율을 보였다면, 오히려 1만2134곳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 되었을 것이라는 가정이 성립한다.

 

적어도 이들이 금융시장에서 조달한 자금들이 우량기업에게 돌아갔다면 실제 우량한 일자리 수천 곳이 마련됐을지 모를 일이다.

 

금융권은 최근 미뤄왔던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올해 말까지 대기업을 포함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선정, 내년 초부터 부실 중견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들어간다고 한다. 대기업 계열사 등에 대해서도 내년 중 구조조정에 착수할 방침을 내놨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좀비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를 가동한다고 밝힌 상태다. “구조조정을 하면 일시적으로 고용 불안 등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미뤄온 측면이 있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라는 한 정부 관계자의 말대로 좀비기업 증가로 우리도 일본 꼴이 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즉 옥석을 가리는 차원에서 좀비기업을 마구잡이식으로 정비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농부가 농사를 짓다보면 죽정이가 생기기 마련인 것처럼, 정부가 설정한 정책대로 경제활성화를 위해 골든타임을 놓지지 않았다면 과연 죽정이로 분류되는 좀비기업이 생겨났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업종별 경기흐름 영향도 있고, 최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을 무조건 좀비기업이라고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은행권이 머리를 맞대 철저한 관리 시스템 구축과 면밀한 검토가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파발뉴스 주성종 논설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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